너 달리처럼 그림 그릴 수 있어?
너 달리처럼 그림 그릴 수 있어?
2022-06-24

The Window into the future_Chapter 3. Artificial Intelligence

현재의 시그널을 빠르게 읽어, 미래를 예측하는 퓨처플레이의 ‘Future Analytics Report’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보다 쉽고 빠르게 미래를 만날 수 있는 FP Exclusive Series ‘Signals’가 매주 찾아옵니다.


Signals_Ep.4 : 너 달리처럼 그림 그릴 수 있어?

인공지능의 한계로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두 가지는 단연 설명 가능성과 창의성이다. 그중 창의성은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능력으로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인공지능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창의성을 위와 같이 정의한다.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서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거나, 비일상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 대개 인공지능은 대량의 데이터와 학습을 바탕으로 정해진 틀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최우선 목적인 만큼 전통적 사고방식을 벗어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힘들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창의성의 개념이 워낙 모호한 탓에 창의성을 학습하는 것을 목표로 데이터셋을 만들고 인공지능을 학습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인공지능에게 창의성의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되는 Serendipity와 Exploration에 관해 설명하고 창의성을 모방하는 인공지능을 살펴본다.

출처: Netflix

우선, 인공지능이 기존의 데이터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 연구원들은 여러 장치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을 모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고를 하도록 유도하는데 이중 첫 번째로 소개할 개념은 바로 Serendipity이다. 대부분에게 생소할 이 단어는 주로 과학연구 분야에서 사용되어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인공지능 연구에서도 위 표현은 흔히 쓰이는데 특히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한다. 추천 알고리즘은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술로 소비자에게 알맞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해 소비를 유도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여러 OTT 서비스의 흥행은 해당 플랫폼에서 수집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 알고리즘 연구를 크게 가속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리즘”이라고 부르는 이 인공지능은 보통 한가지 딜레마에 놓인다. 개개인에게 너무 최적화될 경우 동일한 영상들이 반복되어 추천될 가능성이 커지며, 그렇다고 최적화를 덜 시키는 경우 취향에 맞지 않는 영상이 추천될 수도 있다. 이때, 연구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창의력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사용자에게 학습되어 대부분의 경우 최적의 영상을 추천하면서도 때로는 창의성을 발휘해 독특한 영상을 추천하는 것, 이것을 Serendipity라고 부르다. Serendipity가 높을수록 소비자의 과거 시청 기록과 전혀 상관없는 영상들이 더 자주 등장하게 되며, 낮을수록 소비자의 과거 시청 기록에 최적화 되어 동일한 영상들만 추천된 가능성이 커진다.

소비자의 기존 취향과 사뭇 다른 영상을 추천으로 제공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특정 범위 내에서 무작위 추출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배운 것이 많아 선입견이 생긴 어른보다 때로는 엉뚱한 상상을 하는 어린아이들을 우리가 창의성 넘친다고 평가하듯, 무작위 추출은 인공지능에게 선입견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학습을 일정 부분 무시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 독창적인 결과물을 끌어낸다. 만약에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비일상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 역시 창의성의 일부로 본다면 이따금 신선한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창의적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출처: Nature

물론, Serendipity를 창의성이 아니라 단순히 재수 좋은 찍기로 생각할 수도 있다. 자고로 인간의 창의성이란 학습과 경험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능력도 이미 비슷한 것이 인공지능에게 존재하며, 우리는 6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이를 확인한 바 있다.

이세돌과 진행된 다섯 차례의 대국 속에서 알파고는 프로 기사의 이해를 넘어서는 수를 다수 보여주었으며, 악수(惡手)로 보였던 것이 대국이 마무리에 다다랐을 때 신의 한 수로 판명 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강화학습(Reinforcement-Learning)과 탐험(Exploration)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최대한으로 학습해 최적의 선택을 내리는 지도학습(Supervised-Learning)과 달리 강화학습 기법으로 학습된 인공지능은 마치 인간처럼 실수를 반복하며 성장한다. 알파고는 강화학습으로 훈련된 가장 널리 알려진 인공지능으로 학습 과정에서 프로 기사의 기보 데이터에 추가로 임의 새로운 수들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을 탐험(Exploration)이라고 부르며 이것을 통해 인공지능은 데이터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우의 수를 탄생시킬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기보들은 책을 묶여 국가대표 상비군에게 학습 교재로 제공되기도 하며,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얼마만큼 유사한 수를 두는지가 프로기사의 실력을 가늠하는 지표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만약에 8살 먹은 어린아이가 알파고와 같은 수와 파급력을 선보였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 아이는 희대의 바둑 천재로, 아이의 수는 선입견이 없어서 가능한 한 대단히 창의적인 수로 평가 받았을 수도. 있다. 그에 반해 동일한 결과물을 보여준 알파고는 수많은 계산을 통해 정량적으로 결과물에 다다른 기계로 평가절하를 받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인공지능이 창의적이지 못한 것은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인간의 텃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출처: OpenAI

인공지능이 어떻게 창의성을 모방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기술적인 얘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성을 모방해서 만든 작품들을 조금 살펴볼까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앞서 설명한 기술들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직접 살펴보는 것이 인공지능의 창의성을 실감하는 데에 조금 더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위의 사진 여섯 장은 OpenAI 라는 연구단체의 Dall-E 2라는 인공지능이 그림에 대한 1~2줄의 설명(prompt)을 읽고 그린 그림들이다. 사용된 문장은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Dall-E 2 가 제작한 그림들은 다음 링크에서 더 확인할 수 있다.
(https://mobile.twitter.com/dalle2pics)

1.  Homer Simpson going through the multiverses.
2. Desert made of desserts, award-winning, 4k digital art.
3. Sculpture of a bodybuilder made entirely from fresh broccoli, by Antoi Gaudi, studio lighting.
4. Homer Simpson reacting to the crash of bitcoin.
5. Minions in the style of ‘Dogs Playing Poker” painting.
6. Biblically accurate angel with surveillance cameras floating.

안타깝게도 미술에 대해서 아는 바가 많이 없어 위 그림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설명하지는 못하나 필자 주변의 지인들에게 위 그림들을 보여주고 물어봤을 때 감히 저것들이 인공지능의 작품일 것이라고 상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디자이너의 도움 없이 기획자 혼자서 원하는 화풍과 피사체를 선택하고 바로 그림을 그려낼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보더라도 위 그림들이 인간의 작품과 견줄만한 창의성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창의성을 모방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먼저 설명한 Serendipity와 같이 완전히 랜덤한 설정을 통해 우연한 기회로 창의적인 결과물만을 흉내 내고자 하기도 하며 Exploration처럼 인간이 창의성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모방하여 인공지능에게 창의력을 만들어주고자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요는 인간이 창의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야 하겠지만 인공지능은 이미 창의성에 근접한 결과물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앞서 소개한 Dall-E 2보다 나은 그림을 현재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릴 수 없으며, 만약 GPT-3 정도의 인공지능이 한국어로 존재했다면 본 에피소드보다 훨씬 읽기 좋은 칼럼이 나왔을 확률이 다분하다. 창의성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공지능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는 주장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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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손규진 GUIJIN SON

Data Analyst, Strategic Planning Team

•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AXE Platform
• 한국정보처리학회 준회원
•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대학, 경제학 학사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