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시그널을 빠르게 읽어, 미래를 예측하는 퓨처플레이의 ‘Future Analytics Report’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보다 쉽고 빠르게 미래를 만날 수 있는 FP Exclusive Series ‘Signals’가 매주 찾아옵니다.
구글에 “answer to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을 검색하면 생뚱맞게도 42라는 답이 검색된다. 이는 영화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에 등장하는 Deep Thought이라는 인공지능이 위 질문에 대해서 750만 년 동안 고민하고 42라고 답한 것에서 유래한다. Deep Thought는 이전 포스팅에서 줄곧 이야기하던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의 예시 중 하나로, 위 이스터에그를 통해 AGI에 대해 품고 있는 구글의 기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AGI의 존재는 매우 신비로우며 구글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도 이러한 꿈을 가진다는 것이 매우 낭만적이지만 AGI가 등장하기까지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할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마치 환상과도 같은 AGI의 얘기는 저번 포스팅으로 마무리하고 본 포스팅에서는 AGI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호시탐탐 인간 공학자의 자리를 노리는 여러 인공지능을 알아본다.
여러 매체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겁주는 것에 반해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인공지능은 위 meme에서 등장하는 것과 유사하게 어딘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아이폰의 Siri를 필두로 하는 여러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는 여전히 엉뚱한 타이밍에 엉뚱한 대답을 일삼으며 구글과 네이버의 번역 서비스들은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을 만들어내기 일쑤다. 이것만 보면 AGI 뿐만 아니라 인간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인공지능의 등장도 소원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연구 성과가 소비자의 눈에 닿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일 뿐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기초 과학, 공학 등의 영역에서 인공지능 약진은 가히 충격적이다.
위 세 편은 논문은 기초 과학 분야의 인공지능 적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논문은 알파고를 제작했던 딥마인드 팀이 2021년 발표한 논문으로 “알파폴드”라는 인공지능 모델을 소개한다. 알파폴드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으로 2020년 단백질 구조 예측 학술대회 CASP에서 92.4점을 기록하며 인간 연구팀 100여 개를 제치고 1등을 차지하였다. 단백질 구조 예측은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링을 통해 연구되어 온 분야로 알파폴드의 등장은 연구 시간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했다.
두 번째 논문은 편미분 방정식 (Partial Differential Equation; PDE)을 계산하는 인공지능을 보고한다. 편미분 방정식은 공간과 시간에 따른 변화를 설명하는 수학 방정식으로 행성 궤도, 판 구조론, 비디오 개선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계산이 매우 복잡하여 기존에는 슈퍼컴퓨터에 의존해 계산되었다. 해당 논문에서는 제안하는 인공지능은 슈퍼컴퓨터에 비교하여 약 1,000배 가까운 속도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마찬가지로 딥마인드 팀의 논문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동역학을 유체나 고체가 상호 작용하는 동역학을 계산한다. 인간 엔지니어의 뼈를 깎는 노력과 매우 과학적이고 고도의 엔지니어링이 필요한 전통 방식과 달리 해당 논문에서는 물체를 분자 단위로 쪼개고 인공지능이 해당분자의 미래 상태를 예측하는 방법을 통해 동일한 문제를 해결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지만 앞서 소개한 세 편의 논문이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파이선을 좀 공부해서 논문의 저자들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코드를 실행시킬 정도의 실력만 된다면 (코드를 이해할 필요도 없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편미분 방정식을 풀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공학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구글은 자사의 인공지능 활용해 인공지능 학습용 반도체 TPU (Tensor Processing Unit)를 설계하고 있으며, 딥마인드는 초단기 일기 예보를 제공한다.
오늘 포스팅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등장하는 딥마인드는 2010년 설립되어 2014년에 구글에 약 7,000억 원 내외의 금액으로 인수된 회사이다. 인수 당시 딥마인드의 웹사이트는 딱 한 페이지 길이였으며 “최첨단 인공지능 회사”라고만 본인들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딥마인드는 바둑을 두고, 단백질 구조와 날씨를 예측하며, 동역학을 비롯한 수많은 문제를 푸는 회사로 성장하였다. 더 엄밀히 표현하자면 딥마인드는 세계에서 바둑을 제일 잘 두며, 단백질 구조를 제일 예측하며, 제일 저렴한 컴퓨터 리소스를 활용해 동역학을 계산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글이 제공하는 풍부한 예산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충분히 고용한 것일까? 놀랍게도 이 모든 연구가 정말 소수의 연구자들 손에서 나온다.
그 소수의 연구자 중 하나인 Demis Hassabis는 딥마인드의 CEO이자 연구원으로 활동한다.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후 변화 방지, 핵융합 반응 조절, 단백질 구조 예측, 체스, 바둑, 자연어 등 수 많은 과제를 해결한다. 아마, 30년 전 누군가가 앞서 나열한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었다면 그는 희대의 천재 혹은 사기꾼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21세기 사회에서는 Hassabis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공지능 연구원들이 도메인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 이 연구원들과 인공지능의 활약이 과학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그 동시에 수많은 인력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기업들은 더 이상 비싼 임금을 주고 편미분 방정식을 풀 수학자를 고용할 필요가 없으며, 반도체를 설계할 엔지니어를 채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웃프게도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대체하기 시작한 것은 석사와 박사 출신의 엘리트 인력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인공지능이 근 미래에 일부 고급 일력을 제외한 모두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언을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대부분 사람은 이 “일부의 고급 인력”이라는 표현을 오해하는 듯싶다. “일부의 고급 인력”에는 안타깝지만, 명문대 출신의 학사생은 당연히 포함되지 않으며, 전공을 잘못 선택한 대학원 석사/박사 졸업생 역시 포함되지 못하고, 일류 기업의 연구원 중 일부도 포함되지 않는다. 매우 가파른 러닝 커브로 어떠한 도메인에도 삽시간에 적응하는 인공지능 개발자와 이들에게 도메인 지식을 교육할 정말 극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서 있을 자리가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막대한 학습 능력을 앞세워 기존에 어렵다고 받아들여지던 문제들을 하나둘 단순화하고 있다. 계산기가 존재하는 지금 네자릿수 곱셈을 하는 것이 대수가 아닌 것처럼, 편미분 방정식을 풀 수 있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어려운 과제”의 기준이 재편되고 이에 맞추어 “고급 인력”의 정의도 바뀔 것이다. 단순히 지금 어렵다고 여겨지는 학문을 공부하고 전문성을 쌓는 것은 인공지능으로부터 살아남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퓨처플레이에 있으며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 받고 있으므로 무단 복제, 편집, 배포 및 사용을 금지합니다. 저작권 침해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Data Analyst, Strategic Planning T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