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Pixar 애니메이션 속 기술, 실제 건축물에도 사용되었다?
픽사 Pixar 애니메이션 속 기술, 실제 건축물에도 사용되었다?
2022-07-29

“퓨처플레이에 빽투더퓨처 마티:스케이트보드:가 나타났다?!”

미래에서 브라운 박사의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인 2022년으로 온 마티.
마티는 퓨처플레이에서 미래의 모습을 하나둘씩 설명해 주기 시작하는데요.
10년 뒤 삶을 바꿀 모든 인사이트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미래 탐구 생활, 빽투더퓨처!
그 첫번째 편은 <픽사와 건축>입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까지 훔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Pixar Animation Studio)의 영화,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시죠? 잉크레더블, 몬스터주식회사, 업과 같은 다양한 명작 애니메이션을 탄생시킨 픽사 스튜디오가 사실은 영화뿐 아니라 건축과 디자인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 빽투더퓨처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에 한 획을 그은 픽사가 현대의 건축물에도 영향을 미친 방법, 그리고 마티가 생각하는 미래 건축물은 어떤 모습일지 살펴봅니다.

  • CH1. CG의 아버지, 이반 서덜랜드
  • CH2. 서덜랜드의 제자들과 캐트멀
  • CH3. 루카스 필름과 픽사
  • CH4. 픽사표 첫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의 탄생
  • CH5. 애니메이션에서 건축까지
  • CH6. 알고리즘, 미와 기능 둘 다 잡다
  • CH7. Future Perfect

Chapter 1. CG의 아버지, 이반 서덜랜드

픽사는 컴퓨터 그래픽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말씀드리기 앞서, 이 영역에서 아버지로 불리는 이반 서덜랜드(Ivan Edward Sutherland) 교수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이반 서덜랜드 교수 (출처: Wikipedia)

서덜랜드는 MI 교수로T 재직 당시 세계 최초로 컴퓨터 인터페이스 상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해냈어요. 마치 지금의 아이패드와 같은 기능을 말이죠.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스케치패드(Sketchpad)’ 인데요. 이 스케치패드를 통해서 인간과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어요. 이것이 바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시초가 됩니다.

Chpater 2. 서덜랜드의 제자들과 캐트멀

그래픽 디자이너에게는 거의 필수템이라고 할 수 있는 캐드(CAD) 프로그램을 만든 서덜랜드 교수는 이후 MIT에서 유타대학교로 이직하게 됩니다. 당시 대학원생들을 가르치면서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죠. 서덜랜드의 제자들은 그래픽 업계에서 굉장히 큰 족적을 남겨요. 어도비(Adobe)를 창업한 존 워녹(John Warnock)부터, 객체 지향형 프로그래밍을 탄생시킨 엘런 케이(Alan Curtis Kay), 그리고 오늘 이야기에서 제일 주목해야되는 사람 애드윈 캐트멀(Ed Catmull)도 서덜랜드 교수의 제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애드윈 캐트멀

애드윈 캐트멀은 3D 디자인에서 제일 중요하게, 그리고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요. 대학원 시절에 자신의 손 모양을 컴퓨터 안에 어떻게 복제시키고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서 이 기술을 만들었습니다.

컴퓨터 상에서 복잡한 형태를 그릴 때는 사람의 손으로 하면 너무나도 어렵고 정확하지도 않죠. 그래서 캐트멀이 시도한 방법은 자기의 손에다가 굉장히 많은 점을 찍습니다. 그리고 이 점들을 직선으로 연결시키는 거예요. 수많은 점들을 직선으로만 연결시키면 다 평면이 되고, 평면들의 조합이 무수히 많은 작업들로 쪼개지면, 그것이 곡선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게 돼요. 우리가 컴퓨터에서 보는 모든 3D 오브젝트는 전부 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널리 쓰이는 기술이 당시에는 어떻게 쓰였는지 감이 안 오실 수도 있는데요. 캐트멀이 루카스 필름이라는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빛을 바라게 됩니다.

Chapter 3. 루카스 필름과 픽사

루카스 필름의 조지 루카스 감독은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사람으로 굉장히 유명하죠. 거대한 우주에서 외계인과 인간들, 그리고 여러 종족의 사람들이 광선 검으로 싸우고 우주선이 폭발하는 등 굉장히 화려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이러한 장면들을 당시 실사 영화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기술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는데요. 여기서 캐트멀은 Computer Division이라는 부서에 장을 맡게 되면서 <스타워즈> 영화 내의 특수 효과들을 컴퓨터로 구현해내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캐트멀은 자신이 발전시킨 알고리즘을 영화에 녹여내는 작업을 하죠.

<스타워즈>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스타워즈>가 대흥행을 하면서 루카스 필름도 승승장구하게 되는데요. 그러던 중 조지 루카스 감독이 개인적인 파국을 맞게 됩니다. 이분이 이혼을 하면서 상대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줘야 됐고, 굉장히 선도적인 기술을 갖췄던 Computer Division 부서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죠.

마침 당시 돈이 아주 많은 백수였던 스티브 잡스가 이 그래픽 기술을 가진 부서에 눈독 들이고, 인수 결정을 합니다. 이렇게 잡스에게 부서가 팔리게 되면서 캐트멀과 스티브잡스가 새롭게 법인을 등록합니다. 바로 우리가 알고 잇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입니다.

Chapter 4. 픽사표 첫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의 탄생

애드윈 캐트멀과 스티브 잡스

가장 성공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알려졌지만, 픽사의 시작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캐트멀과 잡스의 이상이 달랐기 때문인데요. 캐트멀은 애니메이션 덕후였습니다. 캐트멀이 정말로 원하는 건 컴퓨터로 모든 것을 구현해낸 첫 장편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반면 잡스가 이 회사를 세운 이유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장착하고 있는 컴퓨터를 판매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잡스의 뜻대로 그래픽 제작용 컴퓨터를 만들어서 판매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수요층이 너무 특정 전문가층에 한정되어 있어서 판매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운영도 악화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잡스는 영화를 만들자고 주장했던 캐트멀에게 영화 제작비를 지원했죠. 우여곡절 끝에 나온 첫 영화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이 스토리>입니다.

Chapter 5. 애니메이션에서 건축까지

픽사 영화를 보면, 동물의 흩날리는 털이라던가, 피부의 질감, 땀 한 방울 한 방울까지 굉장히 정교하게,그리고 현실처럼 표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저 멀리서 급진적인 건축가들이 이런 기술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 제작된 컴퓨터 기술을 통해, 실제 생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물리적 건축물의 디자인을 시도한 거죠. 그 대표적인 사례가 네덜란드의 유명 건축사무소인 UNStudio입니다. Arnhem Terminal 기차역을 만들 때 픽사에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해서 건축물을 처음 설계하게 됩니다.

Arnhem Terminal 기차역
Arnhem Terminal 기차역

건물을 보면, 마치 스크류바 아이스크림처럼 굉장히 독특하게 휘어진 모습인데요. 건축설계사가 이런 모양을 디자인하려면 몇 날 며칠을 밤을 새면서 설계도를 그려도, 구현이 힘들 거예요. 그런데 캐트멀이 만든 Subdivision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면 비교적 쉽게 이런 모양 설계를 구현해낼 수가 있는 겁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한국에서도 이 기술을 사용한 건물을 볼 수 있어요. 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인데요.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원천적으로는 픽사가 만든 이 기술을 사용해서 굉장히 유연한 곡선 형태의 건물들을 많이 디자인했어요.

Chapter 6. 알고리즘, 미와 기능 둘 다 잡다

이제는 심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요소에서도 컴퓨터 베이스의 디자인 방법론이 사용되고 있어요. 기능적인 컴퓨터 디자인에는 두 가지의 접근 방법이 있는데요. Active와 Passive 방법론이 있습니다. Active 방법은 사람들이 건축물을 사용하는 방법을 분석해서 극한의 효율성을 찾아내는 방법이에요. 24시간 중에 건축물 내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공간과 시간 등을 분석해 건물이 온도를 조절하는 온냉방 장치를 유동적으로 조절하고, 조명의 전원과 밝기를 조절하는 공식을 알고리즘에게 디자인하도록 맡기는 게 바로 Active한 방식입니다.

Passive 방법은 건축물의 물리적 형태를 통해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말합니다. 가장 적은 양의 재료를 사용해서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구조체를 디자인하는데도 사용이 되고 있고요. 발전소라던가 데이터 센터처럼 발열이 굉장히 심한 건물들은 온도 조절을 위한 에너지가 막대하게 듭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건물들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특성, 풍향, 풍속, 그리고 일조량을 통해서 건물을 어떤 형태로 만들면 이 건물이 에너지를 가장 적게 사용할까 등을 컴퓨터로 분석시켜서 기계에게 디자인을 맡기는 겁니다.

Chapter 7. Future Perfect

건축은 시대정신을 관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신 중심의 사고가 자리잡고 있던 중세시대의 건축물을 보면 하늘에 있는 유일신과 더 가깝게 닿기 위해서 뾰족한 건축물의 디자인이 나왔었고요. 풍요와 번성이 중심이었던 르네상스에는 화려한 장식 위주로 그들의 시대정신을 표방했죠. 산업화를 맞은 근대의 시대정신은 과학과 가능성인데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흔히 보는 네모반듯한 직사각형의 건축물들이 나오게 된 겁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요?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다양성은 아닐까요? 상당 수준 발전하는 AI와 같은 알고리즘과 공학 기술들로 가능성을 넘어서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미래의 디자인에는 사람의 감정, 그리고 생활패턴, 건강 상태 등을 분석해서 개개인에게 맞춤화되고 다양성이 보장된,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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