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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만드는 퓨처플레이] 실리콘밸리서 해고당하고 스타트업 차린 썰, 들어볼래요?
2021-02-18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미래를 예측하는 스타트업. 퓨처플레이가 ‘스타트업이 만드는 미래’라는 주제로

세상을 의미있게 바꿔나가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난 번에 이어, ‘정치 SNS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옥소폴리틱스 유호현 대표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하는데요. 실리콘밸레에서 정리해고 당하고, 멋지게 스타트업을 차려버린 유호현 대표가 생각하는 올바른 기업 문화란 무엇일까요?

Q. ‘옥소폴리틱스’ 창업 전, 어떤 일을 하셨나요?

트위터에서 3년, 에어비앤비에서 4년 정도 엔지니어로 일을 했습니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가 너무 신기해서 기업문화에 대한 책을 썼고요. 코로나 여파로 팀이 없어지면서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Q. 이직 대신 창업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어차피 2~3년에 한 번씩 이직을 하는데, 제 발로 나오면 돈을 못 받거든요. 그런데 해고를 당하면 몇 달 치 월급을 줍니다. 초기 스타트업에 시드 투자를 해줄 정도가 되는 거예요.

정리해고 당하고 4개월을 뭘 할까 고민하다가, 3개월 정도는 옥소폴리틱스를 조금 더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안 되면 접고 취업하자라고 와이프랑도 약속을 했어요. 당연히 안 되고 취업을 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죠.

(와이프분과의 대화)

“한 번 해볼게~” 라고 했는데,

“헐 투자 받았어!”

“축하해”

그래도 조금은 찝찝한 기분이었어요. (웃음)

Q. 초기 투자를 잘 받은 비결이 있다면요?

사실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을 했고요. 정말 기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의도하지 않은 투자였기 때문에 비결이라는 거는 없지만…

정치를 바꾸고 싶으신 투자자들 연합이 있었어요. 당시 연합에서 “우리도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고, 찾고 있는데 여기 와서 이야기 좀 해주세요” 라고 하셔서 초청받아 갔죠. 미국 시간으로 새벽 세 시에 잠옷 같은 거 입고,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느새 그게 정식 ‘IR스럽게’ 점점 변하고 있더라고요.

당시 저희의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이 없었습니다. 투자자분들께서는 옥소폴리틱스가 나중에 크게 되면 정말 대박일 것 같은데 안 될 확률이 굉장히 커 보인다며 돈을 번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분들께서는 돈을 보고 투자는 못 하겠지만, 우리가 꼭 이루고 싶은 아젠다니까 투자하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돈은 천천히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주겠다고도 하셨죠.

저한테는 천군만마를 얻은 완전 기적 같은 일이에요.

Q. 창업 과정 중에 가장 힘들었던 일은요?

ㅠㅠㅠ

좋은 직원이 되는 방법은 평생 배워왔는데, 사업을 하는 방법은 하나도 안 배운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유튜브도 계속 보고 책도 읽으면서, ‘사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법인이란 무엇인가’, ‘주식이란 무엇인가’, ‘전환우선주란 무엇인가’, ‘시리즈 A는 뭐고 시리즈 B는 뭐고 돈을 내가 얼마를 받아야 되는 건가’, 그리고 ‘우리 회사의 기업 가치는 얼마인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세금 문제, 법률 문제, 투자자 및 직원 관리 등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아 힘들었죠.

Q. 동료들은 어떻게 구하셨나요?

일단 동생이 되게 많이 도와줬습니다. 동생과 둘이 시작하고 그다음에 들어오신 분이 디자이너 분이신데요. 이분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셨다가, 다시 서울대 입학하셨다가, 이후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하시다가 저희가 모셔오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에 들어오신 분이 컨텐츠 담당자입니다. 이분은 서울대 철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에 있다가 합류하셨는데요. 컨텐츠를 굉장히 깊이 있게 잘 만들어 주고 계십니다.

다섯 번째 팀 멤버는 ‘모두싸인’이라는 전자서명 서비스의 코파운더, CMO였던 분입니다. 5년 정도 근무를 하시고 나오셔서, 정치를 바꾸는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라고 하시고는 옥소폴리틱스에 조인하게 되었죠. 재미있는 건, 다른 회사의 CMO를 저희가 인턴으로 받은 거예요. 마치 영화 인턴처럼. 모든 걸 다 아는 인턴과 스타트업 사이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대표가 만난거죠.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여성이 한 분도 안 계셨거든요. 여성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그런 분이 오셔서 아주 환상의 팀이 만들어졌더라고요. 정말 기적 같아요 모든게.

(이후 CTO 고대우님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오한별님이 합류하셨어요!)

Q. 좋은 동료를 만날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었나요?

미션을 명확하게 한 것! 미션이 명확하니까 ‘저 미션 나도 같이할래’ 라고 하는 사람들이 온 것 같아요. 그리고 사업을 안 할 땐, 제가 뭘 잘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어색했어요. 그런데 사업을 할 때는 내가 뭘 잘하고 내가 물 못하는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어디에 사람을 뽑아야 되는지를 명확하게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나와 팀원의 장점 및 단점을 명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비전 세팅, 엔지니어링, 프로덕트 빌드를 할 줄 아는데요. 제가 잘 하지 못하는 분야는 UI/UX 나 투자, 돈 그런 쪽이에요.  그런데 다행히 동생이 저랑 완전히 반대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못한 부분은 180도 채워줍니다. 제 동생은 그걸 해야 재밌는 사람인 거예요.

모든 사람들이 도와주고 기적 같은 조화로 인해서 딱 회사가 되는구나를 느낀 것이 너무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Q. 직장생활의 어떤 경험이 창업에 도움이 되었나요?

기업 문화에 대해서 깊이 연구를 하고 책을 쓰고 했던 게 어마어마한 도움이 됐죠. 에어비앤비에서 호스트와 게스트는 갈등이 많잖아요. 인종차별 할 수도 있고, 지저분하게 집을 쓸 수도 있고. 그런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패널티를 주는 것이 아니었어요. 대신.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친절하게 대하고, 인종차별하지 않고, 이런 사람이다>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어 놓으니까 그런 문제가 확 줄어드는 거예요.

옥소폴리틱스도 거기서 배운 걸 기반으로 해서, ‘싸우면 퇴장, 싸우면 아이디 바꿔’ 이게 아니라, ‘우리는 이런 커뮤니티에요, 다양성의 커뮤니티에요, 싸워 가지고 누가 누구를 이기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쟤는 왜 저런 소리를 할까?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커뮤니티에요’ 라는 그런 문화적인 운동을 주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문화가 많이 바뀌었죠.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것 중에 제일 중요한 건 ‘오픈소스를 최대한 활용하자’ 였어요. 이전까지는 내가 만들자 였거든요.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잘 만들었어도 내가 만든 것처럼 편하게 쓸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만큼 내가 만들 수가 없다라는 결론이 나서 최대한 만들어 놓고, 내 코드만 내 프로덕트에만 집중하고 백엔드 기본이나 데이터베이스는 다 제공해주는 거 쓰자라고 해서 저 혼자 거의 엔지니어링 다 한 거거든요 지금까지.

Q. 추구하는 사내 문화가 궁금해요.

제일 중요시하는 건, ‘대표가 윗사람이 아니고 동료다’라는 겁니다. 맡은 일이 대표인 거고, 맡은 일이 경영일 뿐인거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제가 얘기한 걸 너무 무게감을 가지고 듣는 거예요. 대표 말씀을 무시 안 하려고 그렇게 노력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컨텐츠나 디자인에 대해서는 동료분들이 훨씬 전문가시잖아요. 디자인, 컨텐츠를 제 판단에 따라 제작한다면 말 그대로 ‘구린’ 상품이 나오겠죠. 이를 동료들에게 이해시키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지금은 충분히 무시당하고 살고 있습니다. (웃음)

저의 가장 중요한 포커스 중의 하나는 책임을 늘리지 않는 거예요. 역할조직이잖아요. 역할조직이라는 건 각 사람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거고 결정권이 돌아가는 거잖아요. 사람을 많이 뽑으면 뽑을수록 제 책임은 줄어드는 거죠.

그런데 위계조직을 보면, 사람을 뽑으면 뽑을수록 책임이 엄청 늘어나고 이 사람도 먹여살려야 하는데요. 역할조직에서는 이 사람도 파트너로 들어 온 거고, 내가 먹여 살려야되는 아랫사람을 뽑은 게 아니라 같이 미션 이루어줄 동료를 뽑은 거잖아요. 과중한 책임감 같은 게 안 생기는게 제가 무시는 당하지만 우리 회사의 가장 좋은 문화인 것 같아요.

Q. 예비 창업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건 미션을 세우는 일인 것 같아요. 뭐 하는 회사냐, 뭘 이루고 싶냐에 대한 미션을 명확하게 해야지 자신만의 영역도 생기고 경쟁력도 갖춰지는 것이죠. 투자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도 이 회사가 끝까지 가면 어떤 일이 될지를 상상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애자일함을 유지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시장을 상대로 실험을 해보는 거죠. 이렇게 해봤는데 되나 안 되나 이렇게 해봤는데 되나 안 되나를 계속 유지하면서 피벗을 해나가고 미션을 이루는 방법을 계속 찾아가는 것.

Q. 10년 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를 뭐 기억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고…(웃음) 내가 1년 후에 뭘 하고 있을까? 사실 잘 몰라요. 제 인생이 좀 애자일해요.

목표를 잡고 뛰어 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잡고 걸어가는 사람이 현대에는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산업화 시대에는 목표 잡고 뛰어가는 사람이 이겼는데요. 계속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방향을 잡고 걸어가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그런 사람들이 더 플렉서블하게 사회 변화에 잘 적응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걸어가다 보면 뛰어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보다 훨씬 에너지도 아끼면서 리딩을 하고 앞서나가 있겠죠.

천천히 걸어가면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내년에 어디 가 있을지 모르는 거예요. 목표를 가지고 뛰어가는 사람 내년에 어디 있을지 알죠. 그런데 목표 없이 방향만 정하고선 걸어가다 보면 내가 사업을 하고 있을지 안하고 있을지도 계약상 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때 옥소폴리틱스가 어떤 모양일지 사실 모르는 거죠.

계획은 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크니까.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 인생이 그랬으면 좋겠고 예상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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